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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본 건 며칠 전이었는데 뭔가 찜찜(?)한 기분에 결국 만화책을 꺼내 출퇴근하는 틈틈이 다시 첨부터 읽었다. 영화를 본 요시나가 팬들이 대부분 좋은 평들을 하는 데 반해 나로서는 어쩐지 아쉬움이 더 짙은 영화였다. 뭔가 '요시나가 후미다움'이라는 느낌들이 너무 많이 탈색된, 그저 케이크와 미남들에 대한 영화처럼 느껴졌달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아쉬움은 리듬,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 아니, 배우들의 연기력이 '신선함'이라는 장점을 얻기 위해 일정부분 포기된 거였다면 그건 리듬감을 조절하면서 어느 정도 상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도대체가 감정을 음미할 수 있는 여백과 고요함을 조금도 남겨주지 않은 채 너무나 숨가쁘게 흘러가는 영화의 속도는 참 '앤티크'답지 않았다. 각자의 상처를 간직한 채 일정부분 망가져 있고 비뚤어져 있는 주인공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들의 상처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딱 2-3초만이라도 그 이야기들이 공간에, 서로의 사이에 고여 있다가 스며드는 시간을 표현해주었으면 했다. 굳이 위로하지는 않지만, 공감을 표하거나 걱정해주지도 않지만 '그렇구나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그 이해들이 '앤티크'라는 공간 안에 조금씩 쌓여 결국 특별한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게 그 사랑스러운 공간의 본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그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등떠밀려 탁탁 끊기고 만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감독의 해석에 대한 부분. 오노와 타치바나에게 은근한 러브라인을 만들어버린 건, 나로서는 좀 맘에 안 들지만 그럴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오노가 앤티크에 계속 남아 있는 첫 번째 이유를, 나는 여전히 '에이지'라고 생각한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파티쉐라는 직업에 대해 '쿨'하게 표현하지만, 그런 오노 안에 있는 케이크에 대한 진지한 추구를 에이지라는 제자를 통해 스스로 조심스럽게 깨달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근저에 타치바나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수긍하긴 하지만. 영화에서 에이지를 단지 '핑계'로 취급한 건 조금 섭섭했다. 에이지가 오노를 뛰어넘는 진정한 장인이 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싶어하고, 막상 그렇게 되면 어떤 기분이 될지 약간 두려워하기도 하는, 자기도 모르는 진지한 장인으로서의 오노의 모습 또한 매우 사랑스러운 것이었는데.
만화책의 마지막 장면, 유괴사건이 해결된 뒤 타치바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몸부림치다 벌떡 일어나서 그랬다. "치카게 녀석, 괜찮을 거라고? 여전히 기억도 안 나고, 여전히 악몽도 꾸잖아!!" 영화에서 이 장면이 어떻게 처리되었더라?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저 대사도, 악몽도 없었던 것 같다. 소통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도 조금도 성장하지 못하고, 또 그렇게 치유되지 않은 채 서로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 자체가 성장인, 요시나가 후미 다운 엔딩이었는데 영화에서 이 장면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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