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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무라 사부로의 출발점을 돌아보기 위해 다시 찾아낸 시리즈 첫 번째 작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미미 여사가 정말 무뜬금 일을 벌이진 않았을 테고 당연히 개연성 있는 설정과 단편적인 묘사들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가진 모든 것과 바꿔도 아깝지 않을 최상의 행복(실제로 가진 것 대부분과 맞바꿔 얻어낸) 속에서 겸손하고 소심하게 '감사와 평화'를 실천 중인 것 같기도 한데, 또 어떻게 보니 스기무라는 내내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연인의 마음 또한, 스기무라의 기대처럼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거다.
여전히 나는 '성장을 위한 독립' 같은 말은 뜬구름잡기에다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저런다는 입장이고, 나호코는 이번참에 나한테 정말 대폭 점수를 깎이긴 했지만, 3부 마지막 반전 결말은 진짜 쓸데없고 의미없는 캐붕사태였다고 확신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되돌아와 읽어본 스기무라 탐정 1부는 역시 따뜻하면서도 시니컬하고 사소하면서도 철학적인, 독특한 매력의 작품이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은 잠시 덮어두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으면 <이름없는 독>도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누군가>가 스기무라家 바깥의 돌풍을 내다보는 이야기라면, <이름없는 독>이야말로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긴 사건에 대한 이야기니까. 좀 더 나를 납득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가 거기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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