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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보는 블로그가 하나 있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 단지 이런저런 리뷰가 매우 성실하고 감각적이라, 나와 견해가 늘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워서 잊지 않고 꾸준히 눈팅하는 블로그.
오늘 또 그 블로그에 갔다가, 그이의 당치 않은(!) 편견을 마주하고야 말았다. "편견"이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쓴 건, 내 견해가 그이의 정확한 반대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고, "당치 않은"이라고 강조한 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그이는 아주 건성으로 짚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성의 없는 오해. 정색하고 여차저차, 이래저래해서 당신이 오해한 거다, 말해주면 "그래? 아님 말고... 근데 난 그래도 별로임"이라고 말해버릴 듯한, 성의 없지만 가차없는 당치 않은 편견.
아마 나에게도 누군가에게 이런 억울함과 분함, 무력감을 안겨줄 만한 "당치 않은 편견"들이 잔뜩 있겠지? 내가 생각해도 나는 수많은 단정적인 의견들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이고, 타인의 충고에 쉽게 귀를 열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편향성이 극단을 내비출 때마다 은밀하게 기뻐하는 유치한 기질까지 있으니.
편견으로 흥한 자, 편견으로 망하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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