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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중학생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일거에 이슈화되면서 온갖 참혹한 일들이 새삼 주목을 받는다.
오늘은 어떻게 끌어모았는지, 한 언론사가 중딩 일진들을 모아놓고 세태와 그네들의 생각을 인터뷰한 기사를 봤다.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파울볼 덕아웃에서 100플을 달려도 이야기는 공전될 뿐이다.
하지만 약육강식, 무한경쟁의 사회가 인간 본연의 사악한 폭력성을 일깨운 (어른들이든 소년들이든) 결과라는
추상적 차원에서의 본질 파악은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죄책감과 수치를 잊은, 혹은 모르는 그 아이들은
때릴 만해서 때렸다, 나쁜 짓인 줄은 알지만 후회는 없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우리를 재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세 번째 레토릭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상대주의, 빌어먹을 상대주의.
취향존중.
너도 옳고 나도 옳고 은근슬쩍 모든 욕망이 '욕망한다'는 이유만으로 옳음으로 격상되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쾌락주의.
그럼에도, 우리가 인간이기에, 이성을 지닌 사람이기에,
내가 절실하게 '나'인 딱 그만큼 절실하게 '나'인 수많은 타인들과 공존하기 위해
존중해야 할 만인의 법이 있다는 사실.
언제부터 구닥다리로 취급받고 잊혀져갔던 거지.
욕망을 정당화, 합리화할 수 있는 명분은 그저 위선으로 취급되고
세줄요약의 대상이 되고
사색과 성찰을 잊은 사회에 짐승들만 돌아다니고 있다.
그만 멍청해져야 해.
이미 행복은 물론이고 생존 그 자체를 위협받을 정도로 멍청해졌다.
문자가, 책이, 아직도 역전의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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