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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를 무지무지 열심히 챙겨보고 있는데, 솔직히 정려원을 많이 예뻐하지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의 자명은 그야말로 안습-_-이다. 워낙에 비극적인 캐릭터이기도 하고, 조기종영 때문에 축약을 해서 그런지 캐릭터의 변화도 너무 갑작스러운 데다, 배우의 연기력이랄지 감수성이랄지 이해력이랄지, 하여튼 정려원이 자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보고 있자면 낯이 뜨겁기까지 하다.
그나마 호동은 자명보다는 조금 낫고(솔직히 이 드라마에서 자명만큼 난해한 캐릭터도 없고), 라희는 연기경력에 비해 기대이상으로 괜찮고, 중견들이야 말할 나위 없이 언제나 훌륭하고, 은근히 왕홀이 좀 멋지고,
하지만 닥치고 찬양할 나의 여신님 모양혜.
왕굉이 승전 이후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와 "모양혜야, 내가 왔다!" 외치는 순간 방문이 열리고 맹렬하게 뛰쳐나와 대롱대롱 왕굉에게 매달리던 그 순간부터 이미 모양혜에겐 반해 있었다. 그 덩치에 애교라니, 처음엔 좀 웃겼던 것 같기도 하다. 그치만 곧 '저렇게 생긴' 모양혜에게 푹 빠져 있는 왕굉의 마음이 절실하게 이해됐다. 이렇게나 섹시하고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인. 몸매나 얼굴 생김새를 넘어서 모양혜는 그렇게 예뻤다. 거침없는 생명력과 사랑하고 사랑받는 데 대한 흔들림 없는 확신만으로도.
그러던 모양혜가 시누이의 손에 남편을 잃고, 죽음의 위기에서 시동생에게 구혼을 받고 목숨을 건지고. "죽는 날까지 효도를 다하겠다"는 남편(=기저귀 갈아 키운 시동생)이 점점 남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마음이 흔들려 스스로 당혹해하는 모습도 이뻤는데,
이번주 그녀의 '사랑고백'은 완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설마 저를 마음에 두고 계시는 겁니까, 하고 왕홀이 묻자 그녀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냐" 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나도 내가 웃긴다는 거 안다고. 나는 늙었고 예쁘지도 않고. 그냥 우스운 얘기로 넘기라는데, 비죽비죽 울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참아가며 슬프게 슬프게 안 되는 사랑 고백을 참으로 용감하게도 털어놓는 그녀가 어찌나 예쁘던지. 나라도 꼭 껴안아줄 그녀를, 왕홀이 안아주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여자로서 사랑할 순 없지만, 그 어떤 여자에게도 줄 수 없는 존경과 사랑을 당신에게만드리겠다는 왕홀이 얼마나 기특했는지.
'여자'구나.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얼굴도 몸매도 아니구나. 모양혜는 정말 너무나 예쁘다. 그녀의 잔인하고 이기적인 성품, 오만한 태도, 기타등등을 '인간'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든 '여자' 모양혜에게는 정말 저항할 수 없는 압도적인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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