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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드라마 하얀거탑을 보기 전에 요즘 무지 돌아다닌다는 BGM 바꾼 영상부터 먼저 봤다. "숨겨왔던 마음~"으로 시작하는 삼순이 주제가를 깔고 장준혁, 최도영 선생님이 티격태격하는 거.
그래서 그런가... 어제오늘 <하얀 거탑>을 봤는데 이건 뭐 다른 식으론 해석이 안 된다. 둘이 사귀는 게 틀림없잖아. 이거. 킁킁킁
보아하니 장준혁이 나쁜 놈이고, 걔를 비호하는 외과 패거리들은 더 나쁜 놈들인 것 같은데, 어제 외과 애들이 회진 끝나고 모여서 모라모라 떠드는 장면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외과 똘마니들이 염치도 윤리도 없이 지네 대장님 싸고도는 게 사실 100% 돈 때문 명예 때문 자기 이득 때문만은 아닐 거다. 저들에게는 장과장님의 빛나는 메스를 바라보며 7시간 10시간 내내 서서 대수술을 해낸 경험이 수도 없을 거고, 다들 죽는다 했던 환자를보란듯이 살려내는 기적과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을 거고, 그런 기적과 영광을 가능하게 했던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들이 기억 속에 공유되어 있을 거다.
그런 그들이 보기에, 그동안의 공은 다 당연한 거고 한 번 잠깐 실수한 걸 가지고(=그것 때문에 사람이 죽긴 했지만, 살린 사람들은 또 얼마냐) 장과장님이 비난받아야 하나 싶지는 않을까. 정말 그런 거라면, 그게 유능한 외과의사의 뻔한 말로라면, 거기 자기 모습이 겹쳐보이진 않았을까.아무도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몰라. 우리가 얼마나 애쓰는지 아는 건 우리밖에 없어. 그러니까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면 안 돼.
뭐... 쉽게 말해서 그런 게 패거리 의식이겠지만...
몇 년 전,외부 원고는 끝의 끝까지 들어오지 않고 어떤기사는 완성된 다음 읽어보니 애초 기획이랑 전혀 다른 내용이고 어떤 놈은 기사를 못쓰겠다고 나자빠지고 기타등등. 너무 피곤해서 더이상 무슨 일이 생겨도 가슴 졸여지거나 화가 나지도 않던 그때 함께 밤새고 있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그 사랑스러움들이 생각이 났다.
우리에겐 힘이나 권력, 돈이 없었기 때문에 그건 그냥 사랑스러움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거구나. 저 외과 패거리들의 눈물겨운 동료애와 팀웍을 보면서 우린 참 다행이었구나, 좋은 곳에서 만날 수 있었구나, 그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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