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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미녀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강동원과 이나영이 투톱으로 나오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자연스럽게 공지영으로부터 멀어진 뒤 뒤돌아본 적 한 번 없었지만 원작자 이외의 모든 요소들이 '보러와 보러와 보러와' 하고 외치고 있었으므로, 나름대로 벼르다가 보러 간 셈이다.
주변에서 영화에 대한 반응은 나름대로 긍정적이다. 나와 함께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도 대부분 코끝이 빨개질 정도로 울며울며...
그런데, 이 영화 참 이상하게 곱씹어볼수록 영 아니다. 뭐라 표현할 말이 마땅치 않기는 한데, 딱히 좋은 부분이 없다, 를 지나쳐 딱히 거슬리지 않는 부분이 없다, 를 향해 간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고 안이하게 배우들 얼굴에 기대어 슬픔과 상처와 사랑과 휴머니즘까지 대충대충 비벼놓은 것 같은 플롯도 마음에 안 든다. 지나치게 과거회상씬이 많아서 '현재'를 귀납적으로 변명하려는 점도 마음에 안 들었고 도대체 둘이 왜 사랑하게 되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백척간두 위에서 생존하고 있는 윤수의 캐릭터도 너무 얇다. 얼마 전 봤던 <13계단>이라는 추리소설에서의 사형수에 대한 묘사가 너무 강렬하게 뇌리에 남았던 탓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그러하게 쭉 가다가, 마지막 사형집행씬에선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엄연한 사법살인의 현장에서 그 무슨 시덥잖은 멜로질을. 멜로가 하고 싶었으면 윤수의 죽음은 멀리서 소식으로만 전해졌으면 했다. 사형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싶었다면 멜로는 차라리 포기했으면 했다.
윤수의 죄만큼 윤수의 죽음도 끔찍하다. 그건 윤수가 잘생겨서도, 이제 막 사랑을 알게 되어서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묻고 싶었던 건 도대체 뭐였지.
내 취향만으로 말하자면, 강동원의 영화로는 <형사>가 더 나았다. 송해성의 영화로는 <파이란>이 더 나았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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