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가 본 것은 이 표지가 아니라 그 전 표지인데, 뒷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는 해리 보슈를 사랑한다. 그것은 그가 마초이거나 섬세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진짜' 인간이기 때문이다." (린다 반즈, 작가)
보고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었구나. 해리 보슈는 구제불능의 '마초'이면서 '소심'한 인간이다 ㅎㅎㅎ 해리 보슈 시리즈 세 번째 작품에서는 1편에서 이미 '과거사'로 언급되었던 인형사 사건이 본격 재조명된다. 인형사 체포 당시 보슈의 발포가 과잉행위였고, 심지어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누명을 씌운 사건일 수 있다는 소송이 제기되고, 보슈는 인형사를 자칭하는 범인의 추가 범죄 제보를 받고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진행해 나간다.
판을 읽는 보슈의 날카로운 분석력과, 독한 듯하면서도 연연하는 게 많은 그의 잔정(?), 다행히 실비아와의 관계는 전편에서 이어졌는데 관계맺기에 너무나 서투른 보슈의 치명적 과거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것 때문에 막판엔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 4편 <라스트 코요테>가 대기 중인데, 제발 다른 여자와 또 다시 운명을 느끼지는 말길 바란다. 어쩌면 실비아와 계속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관계가 이어져 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직 내에 진정한 신뢰도 애정도 느끼지 못하는 보슈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만났던 그 어느 형사들보다 조직의 힘과 자산을 잘 이용하고, 그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지는 형사이기도 하다. 쓰잘데없어 보이는 일일보고서, 각종 서류 양식들, 수사철들이 다시 열릴 때 어떤 식으로 읽히고 활용되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협동수사를 할 때 무선으로 소통하는 장면이라든지, 자신 혹은 동료의 실수를 윗선에 감추고자 하는 방어본능이 수사의 방향을 미묘하게 틀어서 변수를 만들어내는 장면 같은 것도 꼭 진짜 같이 실감이 났다. 보슈가 아주 매력적인 형사는 아니지만, 이 시리즈를 계속 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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