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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 진작부터 이상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세 권을 몰아보면서 완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다. 반전 강박증 치곤 솔직히 고퀄의 반전을 보여준다. 재능이 있는 건 알겠다.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 뭐랄까, 그 사람이 쓴 글만 보고 사람을 넘겨짚는 것도 참 오만한 짓이긴 한데, 그의 책을 읽으면서 내 맘속에서 올라오는 한마디는 "뭐 이렇게 못되쳐먹은 인간이 다 있지?!"
보면서 내내 좀 그랬다. 아이는 끔찍한 학원폭력의 피해자이고, 자신의 절망적인 일상을 구구절절 일기로 써내려가는데, 이상하게 동정과 연민이 느껴지지 않도록 어딘가에 막이 하나 쳐 있는 느낌이었다. 아이의 말투는 너무 냉소적이었고, 스스로의 절망을 비웃는 느낌? 자신의 이야기 같지 않게, 어딘가에서 내려다보는 느낌? 첨엔 우타노 쇼고의 내면의 자아가 무의식중에 투영되어, 절대적 약자조차 절대적 약자로 그리지 못하는 문체와 개성의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그조차 그 '못되쳐먹은' 머리로 깔아놓은 복선임을 나중엔 알 수 있었다.
억지라고? 맞아 억지 부리는 거야. 재밌잖아~ 하면서 스스로 웃어넘겨버릴 것 같은 몇 가지 중대한 단점들, 예컨대 너무 작위적인 인연의 얽힘이라든지, 중학생답지 않은 몇몇 아이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같은 것들. 말해 뭐하나. 그래, 이번에도 그의 함정은 정말 용의주도했고, 생각보다 큰 판을 짜놓아서 또 여지없이 당하긴 했고, 하지만 지금 내가 화가 나는 건 당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거다. 당하는 거야 미스테리를 읽을 때마다 당하는데 새삼 분할 리가 있나. 어차피 작가 혹은 탐정과의 대결의식 따위는 없는데. 요는, 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정말 맘에 안 든다는 거다. 등장인물, 세계에 대하여 일말의 동정심도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갑기 그지 없는 유머에 도대체 어느 구석에 정을 붙일 수 있다는 건지. 물론, 재밌긴 참 재밌는 작가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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