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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다니던 회사를 나오면서, 딱히 무슨 결심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홍대 앞 코믹스 매장들과 멀어져서 그랬는지, 만화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바로 얼마 전, 문득 홍대 앞에서 김밥을 만났다가 오랜만에 코믹스 매장에 가게 되고, 거기서 몇 권 만화를 사온 게 다시 불씨가 되서 코믹스톰에 또 한 보따리 지르고... 요즘 보던 책들 다 밀쳐둔 채 그 만화책들을 읽고 있다.
도대체 이 다음 얘기는 언제 나오는 거야~! 목 빼고 기다릴 때는 그렇게 안 나오더니, 아주 잊고 있는 동안 <20세기 소년>은 네 권이나 더 나와 있었다. (물론 그 네 권을 다 읽고 나니 또다시 '이거 도대체 언제 완결이야 ㅠ.ㅠ' 싶기는 하다;; )
초반에는 참 신선하고 재미있던 이야기가 점점 커질수록 사실 짜증이 좀 난다. 우라사와는 언제까지 비슷한 큰 이야기의 반복만 할 생각일까.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내는 뎃생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등장인물들의 얼굴이 너무 비슷해. 다들.
한두 명 나오는 것도 아닌 엄청 큰 이야기이다 보니 그 헷갈림도 장난이 아니다. 작업이 질질 끌며 길어질수록 독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감수해야겠지. 한 권 새로 나올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줄 순 없다구.
뭐, 굳이 따지자면 <몬스터>와 그 전의 그... 발굴 소재로 한 무슨 제목이었지? 그거... 그리고 <20세기 소년>까지 완전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각자 차별성은 조금씩들 있고, 그렇게 약간씩 다른 색깔을 내면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옳다고 믿는 중요한 이치에 대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얘기하는 걸 욕할 순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니 대중만화 시장을 생각하면 이건 작가의 한계가 아니라 시장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긴 세월 그 많은 그림들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우라사와의 이야기에는 변화도 발전도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 듣기좋은 꽃노래도 하루 이틀이지 좀 더 새로운 감성이나 좀 더 도전적인 아이디어의 날을 세울 생각이나 의지는 없는 것일까.
물론 재미는 있었다. 21권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덴장 22권은 언제 나와' 이런 생각 하게 되었다. 만화는 거기까지인 걸까? 거기를 넘어서는 작가들도 분명히 있다. 우라사와에게는 역량도 있고 대중의 충성을 딛고 도전해 볼만한 여유도 있다. 한 걸음만 더 나가 주세요. 우라사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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