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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ㅇㅂ에서 얻은 추천리스트에 지금까지 만족한 적이 별로 없는데, 남초 사이트여서 아무래도 소녀 취향(?)의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건가 싶었다. 사실 <비블리아> 역시 별로 기대가 없었는데 그래도 '헌책방' '헌책에 담긴 수수께끼를 푼다'는 설정이 끌려서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표지는 정말 소녀취향의 나조차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소녀적인 일러스트다. 작가가 라이트 노벨 필드에서 활동하는 이라서 그런 건지, 이게 국내 출판사의 컨셉이라면 비웃어주려 했는데 일본인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인 걸 보니 원서부터 따라온 표지 컨셉인가 보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이 표지에서 한 번 뭔지 모를 느낌이 왔고, 쓸데없이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여주인공의 풍만한 가슴, 여주인공 옆에 가면 정신이 아득해 오는 충실한 본능의 남주인공, 등등의 설정에서 '아 이런 건가' 하고 두 번째 느낌이 왔다. 별로 필요 없는,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하등 쓸데없는 군더더기 설정이다. 고서당의 느낌, 헌책 미스테리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나의 취향에 입각한 불만일 뿐이지만, 나한테는 그렇다. 두 사람 사이의 운명적인(?) 인연도 쓸데없고 유치함만 더해줄 뿐이다. 차라리 책등빼기 시다나 고스가 나오의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었다. 남작도 그렇게 쉽게 소모해버릴 캐릭터로는 아깝다. 주인공 두 사람이 제일 매력이 덜함.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다. 작가의 부지런한 조사 덕분에 각각의 에피에 등장하는 고서에 관한 이야기들도 재미있고, 그 고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도 재미있다. 최근 4권이 출간되었는데 아직 어느 도서관에도 입고되어 있지 않아 조바심이 날 정도로. 이걸 사, 말아. 사, 말아.
최근 읽거나 본 '로맨스물' 중에 마음에 차는 게 없었는데, <비블리아> 1권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논리학 입문'을 둘러싼 로맨스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3단논법이 그렇게 치명적인(!) 유혹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봄과 아수라'를 둘러싼 이야기도 좋았고.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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