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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 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일본에 없었던 새로운 여성 하드보일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데뷔작이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한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당시 인간 내면의 비열한 본성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남성 작가의 전유물로 여겨진 하드보일드 장르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극찬을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야기는 여탐정 미로의 친구 요코가 거금 1억 엔을 들고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돈을 잃은 폭력단은 친구라는 이유로 미로를 협박하고, 미로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사건 해결에 나선다. 비열한 인간들의 비정한 거리 신주쿠를 무대로 여탐정 미로의 전설이 그려진다. 작가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메마른 본성에 천착하여 그것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비정한 어둠을 단도직입적으로 꿰뚫어나간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그 안에서 호흡하는 인간들의 치부를 아프도록 후벼 파는 새로운 형태의 미스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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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출판사 보도자료 인용.
잘 모르겠다. 장르소설을 꾸준히 읽으면서도 하드보일드 계열은 늘 수비범위 밖이었고, 솔직히 몇몇 읽어본 작품들 모두 내 취향이 아니어서, 솔직히 읽기 시작하면서 별로 기대가 크진 않았다. 그치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별로(?)여서 좀...
하드보일드 + 여탐정이라는 조합이 마음에 끌렸던 건데, 과연 도입부는 모종의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죽은 남편에 대한 상실감, 우울한 분위기,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의해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는 명탐정의 딸. 특히 그 우울하면서도 차갑고 모든 게 허무한 듯한 그 분위기가, 이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근데 딱 거기까지. 사실 하드보일드에 별다른 재미를 못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머리를 써서 주도적으로 사건을 풀어나가기보다는 여기서 삽질, 저기서 삽질, 되는 대로 부딪히다가 어느 순간 사건이 슉 풀려버리는 것 같은 심심함(하드보일드 팬들이 보면 기함할 무식한 소리겠지만;;)과 별로 하는 것도 없이 무게만 들입다 잡는 주인공의 후까시가 싫어서였는데, 여탐정이라니까 뭔가 주먹질보다는 머리와 직감을 곁들여 진실을 추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거다.
근데 무라노 미로는 다른 모든 단점들 이전에, 시종일관 나루세에게 이끌려다니고, 약속이란 약속은 다 안 지키면서 상대방에게 계속 신경질만 부리고, 매사에 감정적으로 임하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응석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수사'랄 것도 없는 것이 그냥 주변 인물들에게 닥치는 대로(?) 전화걸고, 만나러 가고, 그것뿐이다. 도대체 사건이 왜 풀렸는지도 신기할 정도로.
일단 같은 시리즈의 책 한 권을 더 빌려놓은 상태라 그거까지 읽긴 할 건데, 역시 내가 하드보일드 계열의 매력을 못 찾아서 그런 건지, 좀 실망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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