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하루키의 수필들이 대부분 무해무익에 가깝긴 하지만 이 책에 모아놓은 에세이들은 가히 무해무익무의미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20대 여성들이 주로 읽는 anan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글들이라고 하니 납득이 간다. 20대 초반의 나는 이 책을 읽었던가? 하루키 수필을 참 좋아했으니 읽었을 법도 한데, 인상에 남아 있는 글은 없었다. 물론, 흠뻑 빠져 읽었더라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게 당연할 정도로 무의미한 글들이다.
본문 교정상태도 안 좋고, 일본어판에 들어 있던 삽화도 빠졌다. 조판 디자인이나 표지에도 결코 공을 들였다는 느낌은 없다.
그럼에도 그냥, 침대 베개 옆에 두고 찔끔찔끔 읽기에 나쁘지 않았달까? 게다가 야구 중계의 소리를 죽여놓고 가끔씩 화면을 쳐다보며 뒹굴뒹굴 책을 읽고 있자니, 깝깝한 경기 흐름에도 화가 나지 않고 그야말로 하루키가 젊은 시절 한산한 야구장 외야 잔디밭에 드러누워 책을 읽다 맥주를 마시다 한가롭게 노닐던 이야기처럼 마음이 여유로운 게... 어쩌면 야구 땜에 자꾸 진지하게 스트레스 받으려 할 때의 특효약으로 하루키 수필집들을 상비해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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