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인간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토록 더럽다."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내가 돌아갈 수 없다면 하다못해 모두 돌아갈 수 없기를 바랐다."
도대체 다카사토의 비밀(혹은 신비?)을 어떻게 풀어나갈 셈인지, 막판까지 감도 잡지 못했다.
책은 이미 한참이나 읽어와서 남은 페이지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다카사토의 정체와 관련된 미스테리는 풀릴 기미조차 안 보였으니까.
지금쯤이면 흩어놓은 다카사토 비밀의 실마리들이 하나로 모여 일정한 실체를 드러내고, 그 실체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해답을 추구해야 할 것 같은데 사건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기만 하고, 수습불가능한 전형적인 망한 이야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건가 싶기까지 했다.
결국 그런 프레임 속에서 책을 읽어나가도록 교묘하게 끌어나간 작가의 스토리 전체가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 있는 충격적인 결말의 핵심이다. 미스테리 소설을 읽으며 수많은 반전들을 만났고, 정말 무섭도록 뻔한 반전이 아니고서는 작가의 힌트를 미리 알아차린 경험 자체가 흔하지 않다, 나는. 그만큼 작가와의 두뇌게임에 별로 승부욕을 발동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은, 이 이야기는 좀 달랐다. 뻔하냐 뻔하지 않느냐, 트릭에 대한 숨겨진 힌트, 의미심장한 복선을 깨달았느냐 깨닫지 못했느냐로 따지면... 놓친 복선도 분명히 있었고 힌트도 충분히 주어졌다. 하지만 이것을 두뇌게임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고, 과연 멋진 트릭이었다고 감탄하거나 졌다고 분해할 심정도 아니다. 그저...
그저, 충격과 함께 곧바로 안타까움이. 탄식이 흘러나왔다. 왜 그렇게까지... "이것 좀 봐라" 하고 들이미는 결말의 광경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강렬하고, 이야기로서 감탄스러웠지만, 마음으로는 계속 그렇게 말줄임표를 그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까지 말하는지.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읽어낼 수도 있지 않을지. 독하다. 참 독한 이야기다. 아니, 이야기가 독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숨겨놓은 비장의 프레임이 너무 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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