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자기는 신도들을 구할 수도 없었고, 가르페처럼 그들을 쫓아 물결 속으로 사라져버리지도 않았다. 자기는 그자들에 대한 연민에 이끌리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연민이란 행위는 아니었다. 사랑도 아니었다. 연민이란 정욕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본능에 지나지 않았다.
엔도우 슈우사꾸, <침묵>
테러범이 인질을 붙잡고 "이들이 죽는 건 정부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비겁하고 잔인한 일이다.
신도들을 죽음으로, 그것도 가장 참혹하고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그들을 한낱 '수단'이자 '도구'로 생각했던 이노우에 수령님과 일본 정부였다.
한편, 선교사들을 앞세운 서구 제국들의 침략은 분명 음험하고 위협적이었다. 한 명의 선교사, 한 명의 사제가 어떤 종교적 열정을 품고 고행길을 나선 것이든 그들에게 일본이라는 땅을 보여주고 포교의 사명을 일깨운 제국의 지배자들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선의'는 인간의 세상에서 수없이 굴절되고 표류한다. 인간들 사이를 이지러진 모습으로 흘러다닌다. "추녀의 깊은 정"이라고, 이노우에 수령은 말했다. 그 정을 떨치기 위해 그는 갖은 잔혹한 심적, 육체적 고문을 감행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의 '선의'를 순진하게 믿어야 할까. 그것은 그저 연민처럼 본능의 산물인 것이고, 행동이자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필요한 건 아닐까. 로드리고 신부가 신의 '침묵' 속에서 어떤 대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 숨죽이며 읽어가고 있다.
신도들을 죽음으로, 그것도 가장 참혹하고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그들을 한낱 '수단'이자 '도구'로 생각했던 이노우에 수령님과 일본 정부였다.
한편, 선교사들을 앞세운 서구 제국들의 침략은 분명 음험하고 위협적이었다. 한 명의 선교사, 한 명의 사제가 어떤 종교적 열정을 품고 고행길을 나선 것이든 그들에게 일본이라는 땅을 보여주고 포교의 사명을 일깨운 제국의 지배자들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선의'는 인간의 세상에서 수없이 굴절되고 표류한다. 인간들 사이를 이지러진 모습으로 흘러다닌다. "추녀의 깊은 정"이라고, 이노우에 수령은 말했다. 그 정을 떨치기 위해 그는 갖은 잔혹한 심적, 육체적 고문을 감행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의 '선의'를 순진하게 믿어야 할까. 그것은 그저 연민처럼 본능의 산물인 것이고, 행동이자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필요한 건 아닐까. 로드리고 신부가 신의 '침묵' 속에서 어떤 대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 숨죽이며 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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