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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 시리즈들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들은 '일'을 하는 건지 '놀이'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이 곧 '놀이'일 수 있는 흥겨운 작업, 마치 동호회에서 매니아들이 자기들끼리 돌려보려고 만드는 것처럼 룰루랄라 책을 찍어낸다. 좀, 부럽다.
물론 일은 일이니, 나는 모르는, 그들 중에서도 몇몇은 느끼지 못하는 고충과 어려움과 분함과 기타등등이 있겠지. 없지는 않을 거다. 흥.
옮긴이는 <쓸쓸한 사냥꾼>의 이와 씨를 <모방범>의 할아버지와 비교하여 '그냥 할아버지'라고 칭했다. 모방범의 할아버지는 '완성형 할아버지'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 것 같은데, 모방범의 할아버지를 강철 같이 단련시켰던 건 계속된 자녀들의 불행이었으니까 '그냥 할아버지'로 남아 우유부단 어물쩍할 수 있는 이와 씨는 훨씬 행운인 셈이다. 진짜로 이와 씨에 비해 보면 <모방범>의 할아버지는 거의 람보구나.
다른 책보다 딱히 글자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미미 여사의 수다도 여전한데, 어쩐지 조금 희미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외딴집>을 본 뒤여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조금 희미하고, 조금 허술하고, 조금 밋밋하다. <누군가>라든지 심지어 <스텝파더스텝>도 토실토실 살이 올라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것에 비해, 왜 <쓸쓸한 사냥꾼>이 희미하고 밋밋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단순히 고집센 장편 선호의 취향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냐. <대답은 필요없어>도 편마다 다르긴 했지만 글이 짧아서 문제가 된 건 없었고, 게다가 <쓸쓸한 사냥꾼>은 완전히 동떨어진 단편들의 모음이 아니라 연작소설인데.
음... 그래도 역시 미미에게는 미미의 기본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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