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집에 오는 길에, 조금 걷고 싶은 맘이 되어 안국역 사거리에서 광화문쪽으로 꺾어버렸다. 교보문고 뒷골목으로 해서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돌아나갔는데, 그때는 사실 서대문역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좋겠단 맘이었지만 서대문역 가는 방향이 가늠이 되질 않아서 그냥 아쉬운 맘을 달래며 광화문역으로 내려갔다.-_-;
자정 가까운 시간이 되면 광화문역사가 아주 황량한 분위기가 된다고, 얼핏 늘 이쪽으로 퇴근하던 동료에게 들은 기억이 그제서야 났다. 영화 속에 나오는 대도시 지하 수로처럼 어지럽게 이리저리 뻗은 '굴'들 사이에서 옳게 지하철 플랫폼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표지판을 발견하고 슥슥--- 다가갔는데.
"나는 당신이 떠나길 원해요."
소고기 시위할 때 누군가 구호처럼 낙서해놓은 것일까도 잠시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다. 어쨌든 곳곳에 웅크리고 누워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과, 어디로 가야 5호선 플랫폼이 나올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내 긴장감 때문인지, 묘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저런 낙서를 보며 '당신'이 아닌 '나'가 된 기분에 젖기도 할까?
'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진실 (0) | 2008.10.02 |
---|---|
080927 (0) | 2008.09.28 |
STAEDTLER yellow pencil (0) | 2008.08.12 |
태풍 (0) | 2008.07.21 |
040523 (0) | 2008.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