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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미스테리의 또 다른 작가를 개척해본다는 차원에서 빌린 책.
하지만 정말 고난의 행군이었다. 매일 저녁 엄마에게 "너무 재미없어!!"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게 만든 (무려 3주에 걸쳐!!) 그 힘이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로.
쿠르트 발란데르는 유명한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는데, 그 마지막 편을 제일 먼저 보게 된 셈이다. 과거 사건들에 대한 언급이 곳곳에 나오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고, 시리즈 내내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형사였다면 글쎄... 내 타입은 아니다. 정말 전형적인 '연역적 탐정'(이런 말은 없지만)이고, 수많은 단서들과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직관과 감, 경험에 의존하여 단숨에 사건을 풀어버린다. 그 전에 수백 페이지를 그저 이런저런 상념과 번뇌, 여행으로 낭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건은 풀렸는데 사건 자체도 별로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어쩌다가 이 사건이 풀리고야 만 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수도 없이 개입되어 들어오는 에피소드들도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이 태반이다. 이 책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발란데르라는 인물의 '늙음'과 '죽음'. 알츠하이머의 전조증상이 의심되는 강렬한 건망증 증세를 비롯해 당뇨 쇼크를 겪기도 하고, 전 같지 않은 체력에, 주변 인물들의 죽음까지. 발란데르는 끊임없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의식한다. 주요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50-60대 혹은 70대. 모든 것들이 과거를 설명하고 그 과거의 결과로서 현재를 드러낸다.
미스테리와 대결하는 주인공이 미스테리 그 자체보다는 늙어가는 본인의 삶과 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것 자체는 진실하게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그 리얼함은 멋있거나 하진 않다. 다만 그런 리얼함의 진실함 때문에 이 책을 다 읽어낼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재미가 없는데도, 사건이 전혀 '중요'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데도 발란데르의 길을 지켜봐주긴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어쨌든 끝나서 좋다. 이제 다른 책 읽어야지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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