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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막바지 정신이 쏙 빠져 있을 때 그의 '자살' 소식을 듣고 한참을 실감이 나지 않아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 지난 토요일에 노제가 열리고 그의 장례가 치러졌다.
여전히 이것이 정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니, 어안이 벙벙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사실'에는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다.
그들은 왜 노무현을 거기까지 몰아붙일 수밖에 없었을까.
죽음을 택한 노무현이 처음엔 너무나 노무현답지 않다고 생각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이게 노무현답다'는 생각이 든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장점이든 단점이든, 죽은 이가 끝까지 모든 고통 속에서나마 그 자신다움을 잃지 않았다면,
그게 남은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 이제는 평온한 잠을 누리시길.
그가 생전에 권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 그리고 권력의 자리에 올라 있을 때,
나는 솔직히 노무현을 별로 좋아한 적도 없었고 대단히 믿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노란 손수건을 들었던 그 사람들은 언제나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웠다.
정치적 신념이 저렇게 순결하고 수줍고 무조건적일 수 있구나, 생각할 때면
그 사랑을 한몸에 받는 노무현까지 참 멋져보이곤 했다.
다시 노란 물결로 채워진 서울시내 한복판의 그 장관을 역사학대회 도서판매부스에서 DMB로 들여다봤다.
왜들 다 노무현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지, 왜들 그렇게 괴로워하고 아파하는지......
그것은 늘 노란 손수건 사람들의 특징이긴 했지만, 저 사람들이 다시 움푹 패인 얼굴들로 모여드는 걸 보니
울컥 내 속에서도 슬픔이 밀려 올라왔다.
만나고 사귀고 오해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났다가 영원히 헤어지는 이 슬픈 사랑영화.
노무현과 노란 손수건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이제 어떤 물결을 만나 어디로 흘러가게 될런지.
그 물결이 어디로 흘러가든, 저세상에서 이제 평안을 누리시길.
삼가...... 명복을...... 빕니다......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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