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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개비와 병원 내원

박쥐 2007. 1. 9. 14:26



목요일 저녁 때 배달되어 설치도 못하고 황급히 퇴근했던 새 컴퓨터. 금요일-토요일 극기훈련(-_-) 다녀오고 일요일-월요일 병마와 싸우다 출근해보니 설치가 되어 있었다. 1기가 메모리와 80기가 하드, 19인치 LCD.

자세한 사양은 모르지만 아마 저렴하게 구성되어 있겠지-_-; 우리교육 다닐 때부터 회사 안에서 제일 후진 모니터만 늘 내 차지였는데 떡하니 19인치 LCD를 차고 앉아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해. 훗훗훗

오늘 아침까지도 설사가 멈추지 않고 뱃속에서 계속 '윗집 세탁기 탈수할 때 울리는 소리'가 나는 거다. 회사를 이틀 연속으로 쉴 수도 없고 해서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의 소견은, 세균성 장염. 그러나 미제 타이레놀의 위력으로 열도 내렸고 하니 항생제는 쓰지 말자며 지사제와 위장 보호약을 처방해주었다.

평소엔 고집스레 잊고 사는 것이지만, 병원에 가면 싫어도 절감하게 된다. 내 몸의 물질성. 투입과 산출이 있고 원인과 결과가 있고 용서라든지 관용이라든지 유머 같은 게 전혀 통하지 않는 물질계의 엄격함.

병원 대기실에는 요즘 트렌드인 (물론 보험은 적용되지 않을 것 같은) 태반주사라든가, 헬리코박터균 검사라든가, 비만 클리닉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지 알리는 애니메이션이 계속 상영되고 있었다. 멍하니 그런 것들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손을 들고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신청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뻔했다. 다행히 적당한 순간에 이름이 불려 진찰실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진료비 3천원과 약값 천5백원을 들여 주사도 맞고 3일치 약도 지어서 출근했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보리차로 대신하고 저녁엔 일찍 집에 가서 엄마가 끓여주는 죽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