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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박쥐 2006. 12. 5. 02:43




그러고 보니 블로그에는 쓴 적이 없는데, 몇달전에 가네시로 가즈키를 발견하고 국내 번역된 그의 소설을 전부 사들여서 며칠동안 홀딱 빠져서 읽고 참 즐거워하고 덕분에 씩씩해지고 김밥에게 강추 날려 세일즈도 하고 그랬던 적이 있다.

오늘 우연히 <연애소설>이라는 제목의 영화 파일을 발견해서 다운받고 혹시나 해서 보니 가네시로 가즈키의 그 '연애소설'이었다. 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대강의 얼개 외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냥 영화잡지에서 줄거리 정도 얼핏 읽은 뒤에 비디오 빌려 영화보듯 그렇게 봤다.

영화로 보니 참, 정말로 별것 아닌 이야기다. 억세게 재수없는, 저주받은 한 남자가 사랑을 하고 여자가 죽고 여자가 힘내라고 남긴 말을 보고 힘내고 뭐 그랬단 얘기다.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책꽂이 구석에 박혀 있던 책을 잠깐 꺼내봤다. 훌훌 넘기다 마지막 장을 열어보니, 영화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략 비슷한 결말. 하긴, 박순신과 좀비스 애들이 나오는 연작들에 비해 기억이 더욱 희미한, 가네시로 소설들 가운데 제일 인상이 옅었던 작품이었다. 하물며 '연애소설'이 표제작이었던 그 단편집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도.

그래도 간만에 거슬리는 곳 없는 담백한 연애 이야기를 본 것 같아서 뒷맛도 깔끔하고 기분도 괜찮다. 생각난 김에 좀비스 얘기들이나 하나씩 다시 디벼볼까. 그럼 그때처럼 다시 힘이 좀 나려나.

참, 오늘 드디어 염색을 하고 머리도 조금 잘랐다. 편집회의 때 얘기 나왔던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와 <옹정제> 책을 주문하면서 파우더팩트도 하나 샀다. (왜 온라인서점들은 화장품을 같이 파는 건지, 사면서도 참 이상했다. 왜지...) 미장원 거울 속에 누런 색으로 죽어 있는 거친 피부를 보고 있자니, 조금 챙피했다. 이런 얼굴에 화장도 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야...

안팎으로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얼마나 지켜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다짐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