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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 33] 블랙 에코, 블랙 아이스 (해리 보슈 01, 02)

박쥐 2015. 8. 25. 08:43


불펜이었나... 어디서 정말 우연히 짧은 글을 하나 발견했다.

"해리 홀레 같은 소설 또 뭐 없을까요?"

나 말고 또 해리 홀레 팬이 있었구나 하는 반가움과, 그 질문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이라 글을 클릭해보니, 댓글러가 추천한 게 바로 이 <해리 보슈 시리즈>였다는 거. 시시하고 별 거 아니지만 이것도 나름 '운명'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을 듯.


시리즈의 첫 두 권을 읽은 감상은, 미묘하다. 자꾸만 홀레와 비교하려는 못된 심보 탓도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형사와 그의 미스테리가 다른 작품들을 판단하는 데 준거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말해보자면, 보슈는 일단 너무 금사빠. 두 권에서 모두 굉장히 운명적인 척하며 사랑에 빠지는데, 이게 3권까지 이어져 또 다른 여자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면 좀... 깰 것 같다;;; 너무 마초적이고, 아웃사이더인 건 좋은데 도대체 유머감각이 없다. 속으로 '어떠카지 어떠카지' 전전긍긍하는 스타일. 그리고 사람을 너무 잘(;;) 죽인다. 철저한 고독 자체를 캐릭터화한 건 이해가 가는데, 그게 북유럽과 미국 인심의 차이일까? 똑같이 철저한 고립을 추구하면서도 홀레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걱정과 관심, 배려의 대상이 되는 데 반해 보슈는 정말 철저하게 고립되어버린다. 삭막하다.


그 밖에 보슈의 추리능력과 수사능력, 이야기 자체는 괜찮다. 그가 너무 전지전능하거나 너무 우연에 기대 날로 먹지 않고 적당히 헤매다 적당히 정답으로 접근해가는 플롯들은 마음에 든다. 이야기나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으로 미국스러워서 약간 거리감이 들지만, 뭐 이 정도면 괜찮다. 시리즈는 주구장창 이어지고, 최근 장정도 싹 바꿔서 출간 중이던데 계속 함 읽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