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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4] 나오미와 가나코

박쥐 2015. 7. 13. 11:07






뭐 대단히 완전범죄를 지향한 계획범죄인 척 하더니 왜 이렇게 허술하냐;;;;;;;;;;;;;;; 니네 이러다 들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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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들키기로 되어 있는 범죄였다. 미스테리 소설을 보면서 이 정도로 허술하고 바보 같은 범죄자들을 본 적이 없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다. 나오미로 시작했지만 동기부터 과정까지 어이없을 정도로 허술하기만 했던 범죄의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른 것은, 차츰 드러나는 진상에 대응하는 가나코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오미의 어정쩡한 직장생활이 그토록 자세히 묘사되었어야 했던 이유는 그저 리아케미와의 연을 잇기 위해서였다고? 과거 아버지의 폭력이라는 트라우마 때문에 가나코 남편에 대해 단호해졌다고 하기에도 그 부분은 묘하게 성의가 없이 쓰여졌다. 아니 이 책 전체가 대체로 성의가 없다. 사건이 진행되고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 독자가 이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개연성이 부여되지 못한 느낌이다. '중국인' '일본인'이 어떻다는 식의 일반화 서술도 무슨 메시지도 없이 왜 이렇게 편견에 찬 장광설을 늘어놓는지 어이가 없었고, 임신을 계기로 한 가나코의 각성은 시대구분이 어정쩡하다. 가나코와 남편의 관계도 그저 피상적으로만 서술되어, 독자 입장에선 한 사람의 인간, 최소한 한 사람의 '악한'도 아니라 그저 정말 표현 그대로 '클리어'되어야 할 쓰레기로만 느낄 수 있다. 그에 적합한 증오심을 가질 틈도 없이.


내가 나오미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가장 흔한 방식은 아마 '외면'일 테지만,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사태였다면 우선 먼저 떠올릴 만한 자연스런 해결책은 가나코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 아닐까? 될 수 있으면 치밀하게, 가능한 한 완벽하게 사라지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보다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는 흐름이기만 해도 지금처럼 어이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나오미의 뜬금없는 극단적 선택과, 가나코의 귀신에 홀린 듯한 뻔뻔함, 두 사람의 어처구니 없이 운 좋은 흐름 등등, 이렇게 두꺼운 책을 그렇게 홀랑 읽어놓고도 참... 이야기 자체의 '쪼는 맛' 외에 무슨 장점이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