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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9] 데빌스 스타
박쥐
2015. 5. 18. 11:03
출간도 되기 전에 예약판매할 때 사다두고는 흐뭇한 마음으로 숙성시켰다. 좀 더 재미없는 책을 읽으면서 기다렸더라도 테이블 위에 모셔둔 이 책을 쳐다만 보면 기분이 좋아졌을 텐데 숙성기간 동안 요코야마 히데오를 먼저 읽은 거라서 사실 호강을 예감하며 호강을 하고 있던 셈이다. 그리고 <사라진 이틀>을 반납하고선 어쩐지 아까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비채는 제발 빨리빨리 좀 내라.
국내에 번역된 해리 홀레는 남김없이 다 읽은 건데, 이 책에서만큼 해리 홀레의 붕괴가 처절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사람이 멀쩡했던 적이 없긴 없는데, 이 편에선 유독 더 그렇다. 해리 홀레 특유의 무의식 추리(?)가 그래서 더 필연적으로(;) 다가온 것 같기도 한데, 하나의 결말이 지어진 뒤에 능히 예상할 만한 앨렌과의 작별의식이 없는 건 돌이켜 다시 해리 홀레답다는 느낌이다. 볼레르의 엔딩은 그 덧문 달린 엘리베이터에 대한 시각적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어딘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인지 생시인지 싶은 그런 느낌적 느낌.
처음부터, 아니 오슬로 3부작만이라도 다시 읽고 싶은데 어차피 완간되면 한 번 싹 다시 훑어야 하니까 꾹꾹 참고 있다. 앞 얘기고 뒷 얘기고 죄다 인상으로만 남고 죽도록 재밌었다는 기억으로만 남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읽으면 또 그만큼 더 많이 보여서 재밌을텐데 진짜 비체는 제발 빨리빨리 좀 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