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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 맏물 이야기
박쥐
2015. 4. 1. 11:34
가슴에 장아찌 누름돌을 얹은 것같이 무겁다
트림 사이에 하품밖에 할 것이 없다 (평화로운 시기)
내놓는 것은 입밖에 혀를 내놓는 것도 사양할 정도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밑줄이라도 그어놓고 싶은 속담류의 비유가 이 책만큼 생생하고 마음에 쏙 들어왔던 건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 중에서도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생활감 가득하고, 시대물이라는 한계 속에서 이렇게 실감나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창작'해낼 수 있는 이야기꾼의 재능에 탄복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모시치의 금전감각에는 얼핏 '원칙'이 좀 부족한 건 아닌가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받을 돈은 안 받고, 받지 말아야 할 돈은 받고, 그런 것들. 한데 좀 더 곰곰 생각해보면 이것이 과연 '어른'의 처리법인가 싶도록 묘하게 현실적이고 정의롭다. 가능한 선에서 현실적인 정의와 공익을 최대한 살리는 처리방식. 특히 아이를 버린 친부모가 양부모에게 지급하고자 했던 '양육비'를 거절한 데서 그 위엄 쩌는(!) 방식까지 포함해 인간이 좀 달라 보였다. 유부초밥집 주인에 대해 속시원히 사정을 풀어내지 않은 것을 보면 후편이 더 있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게 또 반드시 풀려야만 제맛인가...하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조금은 모시치의 사고방식을 배운 건가 싶기도 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