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와 하녀들, etc.
S선배에게 줄 앞치마를 만들고 있다. X자형 앞치마. 여밈이 따로 없고 조이는 곳도 없어 입고 벗기 편한 디자인이다. 선물하고 싶어 만드는 건지, 만들고 싶어 선물하는 건지 헷갈리지만, 즐겁게 만들고 있다. 사방팔방 바이어스를 두르다 보니 곡선 바이어스 연습도 꽤 되는 것 같고.
앞치마를 만들면서 보는 건 <하녀들>이라는 드라마다. 워낙 복장 터지는 설정에 배배 꼬여만 가는 줄거리라서, 집중해서 몰입하고 보면 아주 속이 터질 드라마라, 일부러라도 띄엄띄엄 거리를 두고(?) 보기엔 역시 바느질하면서 곁눈질하는 게 딱인 거 같다. 소공녀 같은 여주에, 여말선초 정치적 음모들, 삼각 사각관계 등등 많이 섞여 있는데 가장 좋은 건 역시 타이틀에 걸맞게 '하녀들'이 지닌 건강한 생명력 같은 거다. 사월이의 충심은 낯익은 것이지만 단지네의 양심은 드라마에서 흔히 보지 못한 것 같다. 행랑의 평범한 갑남을녀라고 마냥 착하고 마냥 순종하는 것도 아니고, 하늘을 뒤집겠다는 역당의 무리들이 온통 깨어 있거나 더 똑똑한 것도 아니다. 사랑에 목숨을 건다던 순진무구한 청년은 마음이 출구를 찾지 못해 안으로 썩어들자 계급의 본능으로 귀속해버렸고, 품위의 아이콘 같던 김갑수는 우유부단한 역당으로 간신의 대명사 박철민은 전형적인 사대부지만 충심은 나름 올곧다. 드라마 안에서도 밖에서도 이것저것 많이 꼬이고 기존의 이미지와 전형을 이리저리 배신하게 만들어둔 장치들이 재미있다. 남주가 너무 연기를 못해 (여주 정도만 해도 내 허용범위 안쪽인데...) 깨는 순간들이 가끔 있지만, 어차피 몰입하지 않기로 결심한 채 보는 거라 가끔 혀를 차고 넘길 만한 흠이다. 하여튼 재밌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사랑에 목숨을 거는 순간에조차, 노비가 된 내 여자만 귀할 뿐 왜 한 여자가 어제는 귀하다 오늘은 천해지는지, 세상의 천하다는 여자들은 어쩌면 다 귀한 것은 아닌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은기는 이미 처음부터 인엽의 올바른 짝이 될 수 있는 인사는 아니었다. 김동욱은 <후궁>에서도 그렇고, 사극의 허약한 또라이 미친놈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걸까 커피프린스에서 참 상큼했는데. 쩝.
노트북에 쓸 마음에 차는 마우스를 드디어 만났다. cosy m844rt. 작은 것도 마음에 드는데 결정적으로 선이 자동줄감기 가능하게 되어 있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가격도 저렴하고. 두어 개 더 사서 메인컴퓨터에서도 써볼 생각이다. 회사에서 쓸 허브도 하나 같이 구입했다. 무선키보드가 가끔씩 혼자 사색에 잠기곤 해서 짜증이 만땅인데 usb와 거리 및 고도(;;)가 차이나서 그런 건지, 책상 위로 허브를 빼놓고 거기 연결해보려고 한다.
내일은 빼도박도 못하게 보도자료 두 개 써야 하는 날. 영차. 힘내서 빨리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