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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 피리술사
박쥐
2015. 1. 14. 17:52
"괴이한 일을 이야기하거나 들으면 일상생활에서는 움직일 일이 없는 마음속 깊은 곳이 소리도 없이 움직인다. 무엇인가가 웅성거린다. 그 때문에 무거운 생각에 짓눌릴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득 정화된 듯한, 혹은 각성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대체로 잔잔하게 흘러가고, 오치카의 연애전선은 정체상태.
눈알이 튀어나오거나 심장이 쿵 떨어질 정도의 충격적인 뭣도 없이 흑백의 방은 늘 그렇듯 "말하는 사람은 말하고 버리고 듣는 사람은 듣고 버린다"
그런데 문득, 볕좋은 오후에 마루 소파에 드러누워 읽어가다 <기치장치 저택>의 클라이막스에서 눈물샘이 폭발해버렸다. 죽음, 그것도 몰살의 기억을 안고 평생을 견디며 살아온 남자의 질긴 고통, 나도 데려가라는 한마디가 왜 그렇게 슬프고 서러웠는지. 어쩌면 나는 세월호의 아이들과 남은 기억들,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낫는 게 아니다. 내가 아는, 내가 모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는 상처들에 대해 상상해보고 기도하게 되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