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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0]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밀레니엄 2부)

박쥐 2014. 12. 8. 10:41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보고 재미있긴 했지만 헉헉거리며 다음 시리즈를 찾아헤맬 정도는 아니어서, 약간의 텀을 두고 있다가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빌렸다. 신원도서관에서 종이책으로 빌려놓고 리브로피아앱을 알게 되어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전자책 대출을 하게 됐는데 이게 신세계인 거다. 대출 가능한 전자책 목록을 보면 밀레니엄 시리즈가 왜 포함되어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튄다. 어쨌든 만원지하철에서 책을 펼치기 부담스러워 혹시나 하고 뒤졌다가 전자책으로 영접, 이후 일사천리로 읽었다. 재미도 1부를 훨씬 뛰어넘을뿐더러 편의성까지 받쳐주니까.


대단하다!! 진짜 대단했다. 치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뭔가 다른 종류의 미덕이 갖춰진 상태에 유머가 제대로 끼얹어지면 나는 사족을 못쓰는 것 같다) 언론과 민주주의, 인권 등에 대한 언급들도 겉멋에 그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무게감을 느끼게 해준다. 반복되는 '여전사'에 대한 언급은 잘 모르겠다. 리스베트를 굳이 '여전사' 이미지로 읽어야 할지, 리스베트가 얼마나 '여전사'스러운지와는 별개로, 그 이미지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의미.


하여튼 여기저기 깔린 복선들을 수거하는 솜씨라든지, 탄탄한 플롯 속에 속속 등장하는 인물들을 정교하게 끼워넣는 솜씨라든지,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하며 스토리에 전전긍긍 빠져들게 만드는 공력이 정말 대단하다. 토요일 새벽 4시에 2부를 완독했는데, 곧바로 3부를 다운받지 않고 일단 잠자리에 드는 데도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리고 일요일 눈 뜨자마자 한 일이 3부 전자책 대출. 2부 마지막 장면에서 "ㅅㅂ 이렇게 끝내면 어쩌란 거야!!!"를 외쳤으니, 독후감도 곧바로 3부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