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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2]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니나 보르 2)

박쥐 2014. 6. 24. 17:33




니나 보르 시리즈 두 번째 책.


살라미를 즐겨 먹는 율리아 뒤랑 형사에 이어, 올해 만난 두 번째 장르 히로인 니나 보르.

특유의 정의감, 말하자면 "본인의 삶을 끊임없이 교전지역으로 만드는" 그녀의 행위패턴은 한편으론 영웅적으로 그려지지만 오히려 그 이상 트라우마이자 병이고 강박증일 뿐이며 스스로와 주변을 불행에 빠뜨리고 마는 중독증처럼 그려진다. 1편에서도 위태위태했는데 2편에선 결국 가족에게 버림받고야 말았다. 올 것이 왔다는 느낌?


좋은 건 그 트라우마, 병, 강박증, 중독증 같은 니나 보르의 좌충우돌이 결코 중2병적인 허세로 느껴지지 않고 정말 고통스럽게, 불행하게, 위태롭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건 징징대지 않는 꿋꿋함이다. 자꾸만 문제적 인물들과 썸을 타고 몸매에 신경을 쓰던 율리아 뒤랑에 비해 여성성을 거세한, 혹은 거세당한 듯 황폐해 있는 니나 보르지만, 그만큼 담백하고 절제되어 있다.


캐릭터는 성격 면이나 설정 면이나 모두 절제와 여백 그 자체인데 사건은 정말로 현란하다. 책의 2/3 정도를 읽기 전에는 도저히 하나로 엮여지지도 않는 조각난 씬들이 마침내 드디어 조여들 때의 희열이 꽤 크다. 거기에, 우리에게 복지와 선진 시민의식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지는 '덴마크'라는 공간과 그 주변의 약소/소수민족들이 어떤 식으로 얽혀가는지, 튕겨나가는지, 인간의 선의와 욕망과 작은 희망들과 확신, 신념들이 어떻게 엇갈리는지 담담하게 가차없이 묘사하는 점도 사람을 압도되게 만든다. '아아, 그렇습니까. 그렇게 된 것이로군요. 그랬군요' 하고 끙끙 앓으면서 이야기에 휩쓸리게 만드는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