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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9] 밤이 선생이다
박쥐
2014. 5. 28. 18:03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결국 서점에 주문하고 말았다. 두고 두고 다시 읽고 싶고, 엄마에게도 권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글을 제일 잘 쓰는 사람"인 것 같다는 거한 추천사를 듣고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이었는데, 추천사가 거할수록 기대는 커져 평가는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였다. 담담한 문장들은 단단한 내용과 유려한 문장, 소박한 태도의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시시 때때로 사람의 심장을 직격으로 두드린다.
밑줄을 치고 싶은 문장이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빌린 책이라 따로 표시해두지도 못했다. 대신에 이 사람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그의 11월 예찬을 기억해본다.
"마른 잎사귀들이 떨어지고 나면 감춰져 있던 나무들의 깨끗한 등허리가 드러난다. 꽃 피고 녹음 우거졌던 지난 계절이 오히려 혼란스러웠다고, 어쩌면 음란하게 보이기까지 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 시절의 영화는 사라졌어도 세상을 지탱하는 곧은 형식들은 차가운 바람 속에 남아 있다."
가만히 읽고 있노라면, 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장식 없는 담백한 문장 안에 리드미컬한 운율이 살아 있다. 소리내어 낭독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