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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상한 느낌을 가지고 쾌활하고 용감히
박쥐
2014. 4. 7. 11:30
독립운동사 작업을 하다가 검색해서 발견한 강우규 의사의 유언 한 구절.
내가 돌아다니면서 가르치는 것보다 나 죽는 것이 조선 청년의 가슴에 적으나마 무슨 이상한 느낌을 줄 것 같으면 그 느낌이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이다. 조선 청년의 가슴에 인상만 박힌다면 그만이다. 쾌활하고 용감히 살려고 하는 조선 청년들이 보고 싶다. 아! 보고 싶다.
- 동아일보, 아들 중건에게 남긴 강우규의 유언
원고를 보면서도 몇 줄의 글 속에서 이 사람의 넘치는 생명력이 인상 깊었는데, 얼굴이 보고 싶어 검색했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찾은 유언이다. 변호사를 선임하자는 아들의 간곡한 청을 물리치고 담담히 죽음을 맞이하면서 남긴 그의 말에서, 나라 잃은 절망이나 일본에 대한 분노에 앞서는 삶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읽게 된다. 그 시대에 '무슨 이상한 느낌'을 가지고 '쾌활하고 용감'하게 살기 위해서 죽음을 각오해야 했던 어느 노인의 눈부신 젊음.
조선 청년은 지금 가슴 속에 '무슨 이상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쾌활하고 용감히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이미 '청년'이라기엔 조금 나이가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저 시절 강우규에 비하면 확실히 '청년'이라 할 만하다. 나에게는 그런 '이상한 느낌' 작은 불씨 같은 것, 있을까. 뭉클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힘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