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점점 더 모를 일이다. 이것이 그렇게까지 상찬을 받을 만한 소설이란 말인지. 나는 정말 하드보일드의 세계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 같다. 도대체 어디쯤에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드보일드' '거침없이 파헤친 도시의 욕망과 야망'이라고 감탄해야 할지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다.
확실히 전작 <얼굴에 흩날리는 비>보다 낫긴 나았다. 훨씬 재미있었다. 앞부분에서는 여전히 지루했지만 여탐정의 태도가 전작보다 훨씬 적극적이어서(당연히, 이 작품에선 본격 탐정사무소 개업 이후니까) 그마나 읽을 만했다. 도모 씨와의 우정은 첫 등장의 데면데면함이 갑자기 아무 계기도 없이 두 번째 만남부터 말을 턱 놓더니 인생의 친구처럼 훅 들어와버려서 당황스러웠고, 오히려 야시로라는 캐릭터는 좀 용두사미가 되긴 했지만 매력이 있었다. 나루세보다 훨씬 멋진 캐릭터가 될 수 있었는데 그냥 '여자의 욕망'이라는 둥 하면서 뒷부분에 놔버린 게 불만스러웠다.
얘기가 재밌어지고 몰입감이 생긴 건 리나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뭔가 '의지'를 가지고 사건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부터였는데, 나는 아무래도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사무적으로 찔러보다가 그중에 하나가 맞아떨어져 술술 풀려나가는 사건에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사방팔방에 부탁해놓은 비디오를 막판에 누가 구해서 가져다줬는데 그걸 보니까 사건이 다 풀려버렸다. 싱거워...!!
가슴을 막 조여오고 끈적한 공포와 어둠으로 심장을 적시고 막막 그래야 할 거 같은데, 주인공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데 정작 독자인 내가 몰입이 안 되지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여튼 <얼굴...>보다는 재밌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나와는 인연이 없는 작가/장르라고 정리해야 할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