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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박쥐 2014. 1. 30. 19:06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잘 빠진 대작 첩보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한편으로 이 소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영화를 찍기란 굉장히 어려울 것 같은 그런 느낌.


전형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이 갖추어야 할 것들을 너무 골고루 잘 갖추고 재주도 좋게 잘 버무려놓아서, 머리아픈 과학기술 관련 첩보전에 등장인물도 겁나 많은데도 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은 왜 또 그렇게 대놓고 멋진 건지 실소가 나올 지경으로 뻔뻔스럽게도 멋졌다. 너무 대놓고 이러니까 '영화로 만든데도 배우가 이 멋진 느낌을 100% 살리긴 어렵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거다.


다 좋은데 가슴에 폭탄을 품고 기폭장치를 조직에 맡긴 첩보원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해놓고 거기에 인간미를 가미하려고 든 건 욕심이었던 것 같다. 다 가졌는데 거기 하나를 더 얹어보려다 무리수가 된 셈이다. 다카노와 다오카는 시리즈물의 주인공으로서도 장점이 많은 캐릭터들인데 이 한 권에 멋짐을 너무 몰빵한 데다 무리수까지 더해져, (또 그 무리수를 위한 빠다칠까지) 연작이 이어지면 좀 힘이 빠지거나 김이 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