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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2013. 12. 10. 15:07





요즘 책을 안 사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유는, 엄마의 이론이 꽤 설득력이 있어서다. "산 책은 샀다고 안심해서 쳐박아 두기나 하지, 모름지기 책을 부지런히 읽으려면 반납기한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28>은 따끈따끈한 신간, 베스트셀러 1위를 다툴 때 사다놓고 내내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했을 뿐 그동안 계속 빌린 책만 읽어댔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남은 시간은 사다놓고 안 읽은 책들 우선독파주간으로 삼자고 결심한 뒤에 <눈의 아이>와 <밀실을 향해 쏴라>에 이어 세 번째 '사다놓은 책 읽어치우기' 프로젝트 대상작이 되었다.


읽기 전부터 그러리라 예상했던 그대로, 지난 주 토요일 밤에 읽기 시작해서 그냥 내처 읽어 일요일 해지기 전에 끝났다. 그것도 중간중간 '이러다 바닥나겠다' 아까워하며 조금씩 나눠 읽어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ㅋㅋ 그만큼 사람을 몰입시키는 힘이 참 좋다. 살짝 덜어내면 더 좋겠다 싶지만 충분히 '스타일'로 받아들여줄 만한 장식적 문장들... 전작에 비해서는 조금 더 눈에 걸렸다는 점에서 다음 작품은 어떨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대중소설로서의 많은 장점을 잘 살린 소설인데 '구원'에 대한 명시적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 좀 특이했다. 재형의 속죄와 구도는 윤주라는 존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학과 자기처벌의 느낌이 더 강했다. 누군가를 희망으로 삼았던 '사랑'이 좌절되었을 때 그 모두가 타인에게 저마다 위협과 폭력으로 변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도 너무 막막하다. 결국 "걱정하되 참견하지 않는다"는 정도가 한 생명이 다른 생명과 통할 수 있는 공감의 경지인 것일까? 


가장 어이없었던 건, 전염병으로 도시가 봉쇄되고 치안이 무너지고 난 뒤에도 꿋꿋하게 고작 '음식쓰레기'를 버리러 집밖에 나다니다 참변을 겪은 수진의 이야기다. 어젯밤 복도를 산책하면서 계속 '도대체 왜! 음식쓰레기가 뭐라고!' 하면서 발을 굴렀다. 최후의 감상치곤 너무 아줌마스러운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