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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보다 슬픈 약속

박쥐 2013. 9. 25. 17:07







아니 이게 뭔가. 좀 당황스럽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고 막판에는 막장의 암시까지, 내가 잘못 본 건가 싶기까지 한 이 묘한 기분. 정유정을 읽는다고 했을 때 내가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왜 여중생이 방학 보충수업 기간에 반 친구들에게 돌려 읽히는 습작소설을 본 것 같은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손발 오그라드는 유치하고 신파적인 설정, 소녀적인 심리묘사, 억지스러울 만큼 운명적인 주인공들의 끝없는 사랑타령.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도 자라지 못한 주인공과, 과거에 갇혀 사는 동화속 왕자님 등등. 제목부터 신파끼가 철철 넘쳐흐르고 닭살돋는 느낌이라 살짝 불안하더니만, 마지막 엔딩에서 아주 정점을 찍어주신다. 이런 소설을 쓰던 사람도 나중에 <7년의 밤> 같은 꽉 짜인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유일한 성과겠다. 정유정이 쓴 사랑이야기는 다시 보게 될 것 같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