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인명 구조대
아키라가 눈을 떴다. 울리는 타악기가 격렬한 고동과 조화를 이루며 전투 상태로의 돌입을 선언했다. 천천히 일어선 아키라는 마중 나온 두 명의 아이들에게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4학년 1반을 향해 걸어갔다.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현악기의 낮은 울림은 굳은 결의의 표현일까, 아니면 파멸을 향한 예고일까. 가냘픈 호른의 음색이 자신을 기다리는 곤경을 예상케 했다. 긴 복도를 지나는 동안에, 공포가 목 밑에서 치밀어 올랐다. 기타하라 다이스케에게 싸움을 건다는 생각만으로도 두 다리가 굳어버릴 것 같았다. 이제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오줌도 마려운 것 같았다. 무릎을 덜덜 떨면서 걷고 있는 동안에,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무섭다. 도망치고 싶다. 싸움 따윈 싫다.거기에 트럼펫이 사나운 멜로디를 만들며 울리고, 강력한 팀파니의 연타가 거인의 발소리가 되어 아키라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다시 허리에 힘이 들어가 끊어질 것처럼 긴장했다. 체중 20킬로그램의 분노의 행진. 전의를 회복한 아키라를 칭찬하기라도 하는 듯, 트럼펫이 웅장한 팡파르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홉 살 소년이 펼치는 자신과의 격투. 모니터하는 유이치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인간은 결코 왜소한 존재가 아니다. 그 반대다. 너무나 큰 그릇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릇의 중심에만 시선을 두고, 작은 자신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아키라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두려워하면서도, 울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향해 용감하게 전진한다. 전진해라. 유이치는 응원했다. 싸워라. 앞을 막아서는 적을, 모든 곤경을, 용서하지 말고 때려 부숴라.
아키라가 드디어 교실 앞에 섰다. 교향곡은 고대 투기장을 연상시키는 트럼펫 4중주로 바뀌고 있었다. 아키라가 책가방을 벗어던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그대로 둔 채, 교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중략)
"사이조!"
화난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담임교사가 반으로 뛰어들어온 참이었다. 누군가가 서둘러 교무실로 달려간 모양이다. 담임은 코피를 흘리고 웅크리고 있는 다이스케를 보고 "무슨 짓을 한 거야!" 하고 아키라를 몰아세웠다.
다이스케가 친구를 괴롭힌다고 알렸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격한 힐책이었다. 보고 있는 유이치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폭력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키라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으며, 오만하게 얼굴을 들고, 담임을 노려보았다.
선생님은 틀렸다. 옳은 것은 나다.
그것은 아키라의 인격이 확고히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또다른 소설. 내가 딱 좋아하는 유치함과 단순함, 선함이 담겨 있는, 설정이 참 기발하고 귀여운 소설이다. 영화화된다고 해도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