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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메탈블루스
박쥐
2009. 10. 26. 18:16
다중인격 금발미녀와 안면인식장애 사설탐정, 그리고 테러리스트 음악가.
하드보일드의 스타일을 차용하려 했지만 정말 스타일만 차용했고
그나마 코미디와 섞으려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뉴욕식' 농담은 아주 잘 번역하지 않으면 한국 관객들에겐 안 먹힐 거다.
전체적으로 '설마 이런 극이 라이센스일까' 싶을 정도로 엉성했다.
무슨 사대주의가 아니라, 최소한 제작자뿐만 아니라 일정한 규모의 해외 관객과 평단에게
검증이 된 상태에서 들어오는 게 라이센스 공연이니까.
추리의 플롯도, 등장인물의 성격도, 사건의 필연성도 모두모두 엉망진창.
재즈풍의 넘버들은 내 막귀로는 소화가 잘 안 되는 불안한 불협화음일 뿐.
가사 전달이 잘 안 되는 악기와 목소리의 밸런스 문제도 열심히 거들고.
돌아가는 무대장치 하나는 귀여웠다.
이석준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두말할 것도 없이 예매를 했는데
한 사이즈 커 보였던 헐렁한 트렌치코트가 샘 갈라하드의 '가오'를 다 죽여놓았던 것은
이 뮤지컬 전체에 대한 은유 같다.
(보러가자고 부추겼던 한시에에게 심심한 사과-_-;)
오래간만에 공연을 보고,
이석준을 보고,
그런 것들이 당일의 즐거움이었다면
글자로 남길 수 있는 것은 이런 혹평뿐이네.
버디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이런 입소문 미안.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