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090113

박쥐 2009. 1. 14. 10:08



12월말 예정이었던 천황을 드디어 보내버렸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 필름출력 의뢰하고 점심 먹고 산뜻하게 검판을 본 뒤에 조금 일찍(!) 출력소에서 곧장 퇴근하는 거였는데, 늘 그렇듯이 어찌어찌 늦어지면서 검판 시간은 7시가 되고, 끝나고 출발하니 8시가 넘었다.

영 글렀다던 <쌍화점>이 예매순위 1위에 랭크되고, 보고 온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젓기는 하는데 "너무 야해서 별로야." ---> 아니, 다른 건 몰라도 너무 야한 게 왜 별로인 이유가 되는데?!
여덟시가 넘었다지만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는 셈이라서 집에 가는 길에 <쌍화점>을 보겠다고 생각했다.

신사동에서 집에 오는 길은 참 어중간하다. 애초에 극장에 들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어딘가 골목 하나만 돌면 집에 가는 버스가 있을 것도 같은데 추운 겨울날 그런 느낌만으로 길거리를 헤매기엔 내 지리감각은 영 믿을 수가 없다. 일단 신천역 부근의 키노극장을 노리고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종합운동장에서 내려 버스로 한 정류장을 더 와서 극장을 찾았다. 근데... 극장이 없어졌어!

그 시점에서 그냥 포기하면 좋았을걸, 괜한 미련이 남아 집근처 극장 두 곳을 더 들러보고, 한 곳은 10시 45분 프로 하나가 남았고(1시에 끝나는 ㄷㄷㄷ) 한 곳은 아예 문을 닫은 뒤라는 걸 확인한 뒤에야 집으로 왔다. 첨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쌍화점이나 볼까'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이번주 안에 꼭 그 영화를 보고 말겠다는 마음이 막 생기네. 어떻게 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