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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26

박쥐 2004. 3. 26. 13:19



잘 몰랐는데, 아무래도 내방 오디오에 알람 세팅이 되어 있는 눈치다. 그러고 보면 언젠가 세팅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하고...

켜지는 시간은 정확히 알 수 없는데, 대략 9시 50분 경에 꺼지는 걸로 봐서는 9시가 세팅 시간이 아닌가 싶다. 잘 모르는 건, 내가 라디오 소리로 깨 본 적이 없기 때문.

오늘은 슬슬 잠이 깨려는 시점에서 문득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김C가 진행하는 오전 프로다.

어... 무슨 동의 아무개님의 신청곡이에요.
나이 서른의 봄은 너무 잔인해요...라고 하시면서, '비'의 '궁시렁궁시렁'(노래 제목은 격이 안남--;) 을 신청해 주셨습니다...

나로서는, 서른의 봄이 스물몇 살의 봄보다 잔인하다는 인간이 하필 그 잔인함을 위로받기 위해 신청한 곡이 '비'의 노래라는 것이 엄청 깬다는 느낌... 흐흐흐, 뭐냐, 이럼서 슬금슬금 잠에서 깨어났다.

이 불균형한 느낌을 김C도 느꼈던 것일까. 아님 평소 언제나 그렇게 버벅대었던 것일까.

"음... 잔인한 봄... 비의 노래를 들으며, 자/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곤 잠시 정적.
하긴, 듣던 나도 '자위'라는 어휘 선택에 약간 놀라긴 했었다.

그러더니, 노래 한 곡 틀기도 전에 약 2초간의 정적을 딛고(?)
"엄, 전 그러니까 스스로 위로하시라는 말씀이고요... 스스로 自자에다가... 그런 거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시고요..."

이쯤에서는 포복절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2초간의 정적 동안, 방송 진행부스 바깥에서 PD와 작가들이 오죽 생난리를 쳤으면 저랬을까 싶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마스터베이션의 '자위' 역시 한자는 똑같다. 스스로 위로한다는 것. 딸딸이의 기본 정신 아닌가.

아침 시간, 썰렁한 개그 한 토막.^^